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어도비 오디션 CC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은 컴퓨터에서 음악을 편집할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예전에는 컴퓨터가 아닌 거대한 콘솔과 테이프로 믹싱을 했다고 하는데요, 마치 디지털카메라가 있기 전 필름카메라를 사용했던 시절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번 프롤로그에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어도비 오디션은 미디 편집이 안되는 크나큰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유용하게 잘 사용하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어떤 분들에게 어도비 오디션을 추천하는지 몇가지 경우를 적어보겠습니다.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를 사용중이신 분
어도비 제품을 이미 사용하고 계시다면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앱에서 수많은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셨을겁니다. (모든 제품 보기)

사실 너무 많아서 안 써본 프로그램들도 많습니다만, 주요 프로그램 중에서 포토샵, 라이트룸, 일러스터레이터,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 인디자인 이 6개는 업계 표준이라고 할만큼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 정책이 말입니다, 아래를 보시면 ‘모든 앱’을 사야 잘 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물론 이 중에서 포토샵이 제일 대중적이기 때문에 포토샵과 라이트룸만 이용하신다면 월 11,000원짜리 플랜을 결제하셨을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일러스트레이터 하나만 추가해도 월 35,000원이고 프리미어 프로까지 추가한다면 월 59,000원…
이럴 바에는 차라리 62,000원 요금제로 무제한으로 사용하는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에 공감하실 분이 많을것 같습니다.
제가 꼭 사용할 것 같은 프로그램이 몇개나 되는지 세봤습니다. 포토샵, 라이트룸(사진 보정), 아크로뱃(pdf 편집기), 프리미어 프로(동영상 편집기), 어도비 오디션, 일러스트레이터(디자인 툴)…세 개만 넘어가도 ‘모든 앱’ 플랜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고민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모든 앱’ 플랜을 이용하시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고객님이시라면 어도비 오디션을 공짜(?)같은 느낌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자주 사용할 일이 없으시다면 월 62,000원씩이나 들일 필요는 없구요, 어도비 오디션 하나만 구입하셔도 다른 DAW에 비해서는 가격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미디를 사용할 일이 없으신 분
가상악기가 등장하고 난 뒤에는 굳이 악기를 다룰 줄 몰라도 마우스만으로도 작곡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상은 마우스보다 건반으로 입력하는 것이 빠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컴퓨터로 작업을 하더라도 피아노처럼 생긴 미디 입력장치를 사용합니다. 컴퓨터 작곡을 재미있게 보여주시는 OTHANKQ님의 영상을 한번 보시죠.
OTHANKQ님은 장비도 많고 부럽네요. 하지만 어도비 오디션에서는 미디 입력도 안되고 편집도 안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곡을 전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구요, 샘플링 오디오를 사용하면 가능하긴 합니다만 굳이 그렇게까지…
아무튼 저같이 가상악기가 아닌 진짜 악기로 녹음해서 오디오파일을 편집하고 믹싱하는 사람에게는 어도비 오디션으로도 충분합니다.
잡음 제거에 관심이 많으신 분
우리말로는 간단히 잡음이라고 표현하지만 영어에는 Clicking, Clipping, Hiss noise, Hum noise 등등 많은 표현이 있고, 기타연주만 하더라도 의자가 삐그덕거리는 소리, 손톱과 줄이 부딛치는 소리, 왼손이 줄을 떼면서 나는 소리, 프렛과 줄이 부딛치는 소리, 왼손이 이동할 때 나는 소리 등등 원치 않는 소리들이 녹음이 되기도 합니다.
오디오 수정과 편집, 복구 분야에서는 제일 유명한 프로그램이 izotope에서 나온 RX(현재 7버전)입니다. 버전업 하면서 기능도 많아지고 인공지능도 발달해서 정말 손가락을 까딱하기만 하면 원치 않는 소리를 간편하게 제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인데요, 모든 기능이 들어있는 Advanced 버전을 사려면 1,200달러나 듭니다. 이 업계에 종사하지 않으면 쉽게 지를 수 없는 금액이죠.
반면에 어도비 오디션에는 잡음제거 툴이 기본적으로 제공됩니다. (기본 툴이라서 수정사항이 적용되는 시간도 빠릅니다.) 물론 RX7같이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는건 아니고 포토샵에서 그림을 그리듯, 혹은 힐링 툴로 점을 빼듯 잡음을 제거할 수가 있습니다. 자동으로 특정잡음을 없앨 수 있는 원클릭 기능도 있지만 RX7에 비해서는 정교함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요? 무려 1,200달러, 우리돈으로 140만원 넘게 절약을 할 수 있습니다. 브러시 툴의 확대/축소 단축키도 포토샵과 같아서 적응하기가 쉽습니다.

어도비 오디션은 주파수영역에서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이 기능을 잘 이용하면 잡음 제거 뿐만 아니라, 튀는 음을 잡을 수도 있고 음색 조절도 가능합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없으신 분
업계 표준이고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DAW인 프로툴스는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있어야 작동합니다. 다른 프로그램들도 예를 들면 자사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면 DAW를 무료로 준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마도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필수로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프리조너스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면 12만원 상당의 Studio One 아티스트버전을 줍니다.

네이티브 인스트루먼트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면, 요즘 대세인 에이블톤 라이브 10 라이트 버전을 준다고 하네요.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아르테시아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시면, 자사의 제품은 아니지만 Bitwig의 DAW를 무료로 준다고 합니다.
어쨌든 어도비 오디션은 저런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없이도 메인보드의 기본적인 오디오 칩셋만으로도 잘 돌아갑니다. 물론 좋은 녹음과 좋은 소리의 재생을 위해서라면 꼭 갖추어야 할 장비인데요, 처음부터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믹싱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도비 오디션의 장점
프로툴스와 큐베이스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에 요즘에도 계속 새로운 DAW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사실 오디오 믹싱이라는 큰 틀에서는 기능이 서로 비슷비슷합니다. 그래서 어떤 프로그램을 쓰느냐 보다는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믹싱의 퀄리티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DAW들과는 차별화된 어도비 오디션만의 장점을 하나 꼽는다면, 내장 플러그인이 정말 다양하고 성능도 준수합니다. 프로툴스의 내장 플러그인 중에서 쓸만한 것이 몇 개 없는 것에 비해서 어도비 오디션은 60여개의 기본 플러그인만으로 믹싱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업 음반을 제작할 때에는 퀄리티가 좋은 써드 파티 플러그인을 사용하게 됩니다만 플러그인 하나에 몇만원, 많게는 백만원 넘는 것도 있고 하나도 아닌 용도에 맞는 여러가지를 구매해야 하는데 입문자에게는 너무 많은 부담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도비 오디션을 사용하시면 초기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좋은 선택입니다.
어도비 오디션의 단점
지금까지 어도비 오디션을 추천하는 이유와 장점을 말씀드렸으니 단점도 이야기를 해야하는데요, 미디 입력과 편집이 안된다는 것 외에도 오토메이션 기능이 필수적인 것(볼륨, 패닝, 필터 등) 밖에는 없습니다. 프로툴스는 (역시 전문적인 툴이라 그런지) 개별 플러그인에도 오토메이션을 걸 수 있어서 참 편리한데 말이죠.
그리고 마스터채널도 1개밖에 없어서 가끔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버스 채널을 마스터처럼 사용해도 되지만 트랙이 많을때는 하나씩 설정해주려면 약간 귀찮습니다.
단점이라기보단 아쉬운점이 또 하나 있는데요, 에이블톤 라이브에는 내장 EQ에서 미드-사이드 프로세싱을 할 수 있던데 어도비 오디션에는 그게 없어서 써드파티 플러그인을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위에 몇가지 열거한 ‘오토메이션’ ‘마스터 채널’ ‘미드-사이드 프로세싱’ 등이 무슨 말인지 모르신다면 다행입니다. 그런 분들께는 ‘단점’이 단점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솔로 기타 믹싱을 하려고 하는거라서 그런 디테일한 면은 사실 필요 없습니다.
맺는 말
제가 기타연주를 스스로 녹음하고 믹싱한지 오래 되어서 그런지 그동안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예전에 어도비 오디션 3.0(무료 프로그램) 강좌를 올린적도 있는데요, 최근까지도 여러분들을 위해 무료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몇가지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보고 사용해 보아도 무료 프로그램은 한계가 있고 결국은 전문적인 툴로 옮겨가게 되더라구요. 그렇다고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입문하실 분들을 도와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는 기타를 치는 사람으로서 리얼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런 소프트웨어들을 나의 음악생활에 잘 사용하면 됩니다. ‘디지털’ 음질은 절대 ‘생소리’를 따라 올 수 없으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어지는 강좌를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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